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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박수근미술관

대학교 졸업동기모임 "사계"에서 인제로 친목도모 MT를 다녀왔다. 첫째날은 번지점프와 자작나무숲트래킹이라는 프로그램이 이었지만 그 다음 이틀날은 계획이 전무.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강원도 건축답사를 단행하기로 했다. (다 건축사사무실에 다니고 있었다.) 검색후 여초김응현서예관(한울건축/이성관)과 박수근 미술관(고 이종호)을 무작정 찾아갔다. 이번 포스트는 박수근 미술관을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미술관은 양구 읍내 옆에 논과 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시골 논바닥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미술관일지 의심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의도가 중요한 키였을지도... 2002년 준공 당시에는 위에 그림 우측에 있는 성처럼 보이는 제1전시실만 있었는데 나중에 좌측 제 2전시실을 증축한 듯 싶다. 건축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최초에는 제2전시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2동의 형태가 어울리지 못하고 또 전시라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면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 제 1전시실에서 표를 끊어서 관람을 한 후 야외를 통해 꽤 먼거리를 걸어서 제2전시실로 이동해야한다.

 

 

주차장에서 보면 나무들 사이로 성벽같은 제1전시실 외벽이 뒷산과 주위와 어울려 둔덕을 이루고 있다. 시골의 분위기와 지형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줄수 있는 형태를 잡기 위해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높아져 자기를 드러내고 있다. 외벽의 석재쌓기는 성벽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박수근선생의 투박한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솔직히 지자체가 저런 형태와 외장재를 선택하고 진행했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건물에서 중요한 부분은 전시관에 들어가는 동선과  전시에 집중한 내부 그리고 다시 뒷산 전망대와 박수근묘로 올라가는 동선이다. 전시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물외벽을 따라 돌아 들어가야 된다. 그때 우측의 건물의 외벽과 좌측의 돌담이 길의 긴장감을 적당히 조성해주고 점점 좁아지던 진입로가 건물의 안마당에서 크게 확장하며 흥미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안도의 물의 사원의 진입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긴하는데 다다오의 진입로는 좀더 일본스럽다할까? 어떻게 보면 안도의 물의 사원도 참 엉뚱한 동네에 있긴하다. 

 

내부공간은 전시에 집중하고 있다. 건축가가 어떻게 동선을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전시관을 들어갔다 되돌아와야한다. 어디가나 관리상의 문제가 그 건물의 의도를 많이 제약하긴하지만....어쩌면 그 제약도 설계 당시에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내부 전시를 뒤돌아보고 나와 박수근묘와 전망대가 있는 뒷산으로 올라가다보면 이 건물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뷰가 이 건물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있다. 어떻게 보면 골뱅이같은 건물일지도. 내부는 넓은 마당을 건물을 감싸고 있고 마당 중간으로 개울이 흐리고 있고 건너편에 박수근 동상이 은근 궁상맞게 앉아있다. 논과 밭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 미술관을 만들면서 주위와도 어울리면서 이곳에 집중하게 만드는 공간을 고민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전시 프로그램 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언급된 주위의 환경과 미술관이라는 어떻게 보면 도시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어울리게 만드는 방법이 건축가가 의도한대로 풀어진 건물이다. 솔직히 강원도 양구라는 동네에 이정도의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관공서에서 진행한 건물로... (가끔 고향인 횡성에 갈때마다 정체불명의 건물들 때문에 놀랄때가 많다) 이정도면 정말 훌륭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뭐 지역주민 사람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한 이 미술관을 볼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제2전시동은 과감히 생략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