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첫번째책: 건축가가 사는 집/ 나카무라 요시후미

주택이란 그 속에서 영위하는 생활을 위한 '용기'여야만 한다는 믿음(이를 '사상'이라 불러도 좋을 겁니다)이 바로 제 주택관입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말이지요. 그 용기가 그곳의 일상생활에 적합한가 여부, 거기서 생활하는 가족이 애쓰지 않고, 위축되지 않고, 참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지 여부 같은 것들이 항상 저는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그 집에서 생활한 지 적어도 2~3년은 지난 후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175 page 도그하우스 중에서
  소장님의 적극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집들이, 짧게는 1~2년 길게는 25년이 넘게사람이 살았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최근의 집도 2010년도의 집이다!!) 소위 건축물에는 사진발이라는게 있다. 유명건축가의 건축물을 유명사진작가가 찍은 잡지 사진을 보고 감탄하고 기대를 하며 현장답사를 갔다가 실망을 하며 돌아왔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도면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파악하지 못한 나의 낮은 실력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 점을 차치하더라도 2~3년이 흐르면 외부마감재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손쓸 방법이 없고 내부공간은 난잡해지고 심지어 출입구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집들은 시간이 숙성시키는 와인처럼 더 깊은 맛을 내고 있었다. ( 물론 사진만 보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긴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은 틀리겠지만 나는 크게 3가지로 보았다.


1.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건축가의 삶이 철학이 잘 맞아야 한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주택들은 건축가가 사는 집이다. 자기가 사는 집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부모가 사는 집도 있다.  즉 생활하는 사람이 건축가인 것이다. 실제 거주자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까지 포용한 설계인 것이다.  (건축가가 다 자기 집을 잘 설계한다는 건 아니다. 그 반대 케이스가 오히려 내 주위에 많다.)  위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건축가와 거주자는 수많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집을 지어주어야 한다.

2. 디테일: 소위 작품이라고 말하는 건축을 하는 건축가들은 중요한 부분이나 사소한 부분에서 디테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창문, 손잡이, 계단, 난간, 문...많은 부분에 심력을 소비하며 자신들의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주택에서는 겉으로 들어나는 디테일보다 감춰진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이 아닌 전체를 만들어 내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표현하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여 애매하다.)

3. 소품, 가구가 중요하다. 주택은 가구와 소품들이 들어갔을 때 그 공간이 완성되어 진다. 멋진 디자인의 패턴을 가진 벽보다 가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소박한 흰벽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이루는 재료들은 순수할 수록 좋다.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시간을 들여 다시한번 들여다 볼 생각이다. 가볍게 사진들과 글을 위주로 빠르게 읽어내려갔다면 이번에는 도면을 중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봐야겠다. (사진과 도면만으로 이해가 안되는 집들이 몇개 있는데 그 집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